내가 문재인 대통령을 알게 된 계기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 후 바로 이 한 장의 사진을 보고 난 뒤였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보름동안은 앉아도 울었고 누워도 울었고 샤워를 하면서 울었다.
백원우 의원이 이명박에게 사죄하라고 소리치고 청와대 경호원에 끌려갔던 그때 문재인 대통령은
홀연히 일어서 이명박에게 잠시 동안의 소란에 사과를 구했다. 조문 오신 분에게 예의가 아니라는 이유였다.
우리 같은 범인으로서는 사실상 친구를 살해한 사람에게 사과라니 상상도 못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이 지점부터 결국 대통령이 될 운명이었나 보다.
그는 항상 사리사욕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고 공사를 엄격하게 분리하던 분이었다.
하지만 그가 수감 중인 박근혜를 성탄절 특사로 사면하였다. 대선을 겨우 70여일 남겨놓고 말이다.
진보 내부에서는 문대통령이 촛불 정신을 버렸다라고 지지자들의 비판과 지지철회가 있었다.
특히 한 극단적인 스피커는 문재인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비난하였다.
내가 새벽에 처음 사면 기사를 접했을 때 기레기들의 장난질이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법무부의 공식 브리핑으로 공식화되었다.
처음에는 굉장히 혼란스러웠지만 기사의 행간에서 실마리를 찾았을 수 있었다.
이명박을 제외한 박근혜만 사면이었다. 왜 박근혜만 사면하였을까....?
여기서 그 분의 고뇌와 결단에 대해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 박근혜가 아프다는 기사가 나왔다. 그녀가 아프긴 아픈가 보다 하고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꾀병이겠거니 생각을 했지만 겨울이고 벌써 수감 생활도 5년째가 되니 올해 70세인 그녀가 아플 만도 하다라는 아주 약간의 동정심이 들기도 했다.
사람이란 참 망각의 동물인가보다. 그녀를 증오했던 박근혜 집권 시절에는 생각조차 못했던 일이었다.
문대통령이 박근혜를 사면한다라는 소식에 임기말 지지도가 40%가 넘는 역대급 대통령이 그냥 조용히 퇴임하시면 될 것을.. 왜 본인에게 전혀 실이익도 없고 오히려 자신의 지지자들이 등을 돌릴 수 있는 일을 했을까 궁금했다.
감히 범인인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의 삶의 궤적을 보면 사리사욕을 추구한 적이 없었고 정도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는 사실에 그의 생각을 가늠해본다.
청와대는 일반인이 접하기 힘든 고급 정보를 듣고 있을 것이고 당연히 박근혜 건강에 대해서도 보고를 받았을 것이다.
그녀의 건강이 나쁜 것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그녀가 옥사라도 한다면 60대 이상은 현재 40~50대가 겪었던 노무현 대통령 서거와 같은 충격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세대간 그리고 지지층간 대립은 더욱 격화되고 국민들의 분열은 가속화될 것이다.
그게 대선 기간에 일어난다면 하다못해 위독 소식이 들려온다면 대선판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녀는 아버지와 같이 반신반인이 되고 보수의 구심점 역할이 될 것이다. 그녀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리고 윤석열이 야당 대선후보가 된 것에 대한 임명권자로서의 마지막 책임을 다한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윤석열은 이명박 정부가 쿨했다고 했었고 박근혜 정부 때 징계를 받아 박근혜에게 원한이 있었던 자였다.
윤석열 본인은 탄핵 이후 박근혜를 감옥에 보낸 사람이고 "윤핵관" 중 한 명인 권선동은 그 당시 탄핵추진위원장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지금 그들은 박근혜를 사면하겠다라고 하고 있다.
그리고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박근혜를 감옥보냈던 윤석열을 지지하고 있다.
이 인지부조화의 상황은 무엇이란 말인가!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를 사면시키면서 윤석열이 출마하는 대의명분이 꺾이게 되고 당선 후 사면이라는 하나의 카드를 잃게 된다.
반면 대선 국면이라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친이계 중심인 윤석열 후보 캠프와 친박간의 내부 분열이 싹트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 후 박근혜 사면에 대한 정치적인 부담을 덜게 되었다.
후보 토론회에 박근혜 사면에 대해서 질문을 할 것이고 박근혜 사면에 대한 진영별로 의견은 극명하게 갈릴 것이고 정책대결은 실종되고 반대진영은 복수심으로 이번 투표를 할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사면 카드로 이러한 복수심을 완화시켜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언제까지 대통령 선거를 복수심만으로 할 것인가..?
아마 문재인 대통령은 여러가지를 고민하였을 것이다.
촛불시민, 세월호, 사법 정의, 공정 등...
하지만 우리가 노무현 대통령을 잃은 후 아직도 헤어 나오지 못하는 트라우마를 상대 진영 또한 당하게 해선 안 된다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16년 총선 마지막날 마지막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기차역 플랫폼에서 열차를 기다릴 때의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이다.
과연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그때 언론은 새누리당의 압승, 개헌선인 200석을 이야기하고 있을 때였다.
총선에 패하면 그는 정계은퇴 밖에 없는 상황인 절박한 상황이었다.
이 사진을 보면서 박근혜 사면을 결정할 때 그가 어떠한 생각을 하였을지 상상해보았다.
그의 결단이 단기간에는 혼란스러울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그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이 증명될 것이다.
언젠가 인터뷰에서 퇴임 후 잊혀진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가 그의 결단으로 미칠 파장을 혼자 짊어지고 대립의 시대를 벗어나 새 시대를 열고자 한 것이 아닐까..?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 한번도 의심해 본 적도 없어고 내가 죽을 때까지 지지를 거둘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도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대단한 분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